"12척의 배"와 "배 12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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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손은석 작성일17-10-11 01:44 조회7,180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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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를 따라 진격해 오는 왜군이 해안과 바닷길 모두를 초토화시키면서 들어오니 선조는 이순신 삼도수군통제사에게 육지로 올라와 권율 장군에게 가라고 한다. 이때 이순신 통제사가 아래 문구를 장계에 넣어 필사즉생을 강조한다.
"今臣戰船 尙有十二"
그런데 이 문구를 번역해서 나오는 문장이 다음과 같다.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 있사옵니다"
한문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는 크게 다르지 않지만 우리말로 옮기는데는 다른 점이 몇 가지 있다. 일단 마지막 세 한자를 보면 "상십이" 즉 "열둘이 있습니다"이다. 한문 문장 구조를 어떻게 봐야할지는 한문 하신 분들이 정하겠지만 "금신전선 상유십이"를 우리 어법에 맞게 풀자면 위 번역문이 아니라 "신은 아직 전선 12척이 있사옵니다"가 맞지 않을까. 문학적인 표현으로 다소 틀 수는 있지만 어법은 맞아야 한다. 우리 말은 "다섯 권의 책"이 아니라 "책 다섯 권"이 맞다. 주어 중심 목적어 중심으로 본다 해도 "책이 다섯 권" 있는 것이지 "다섯 권의 책"으로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한글날을 전후해서 매번 "외국어" "외래어" 타령을 하길래 우리가 "한국어"를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게 아닌지 생각해 보았다. "문자"로서 한글은 충분히 강조한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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